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11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등장-

1. 자율주행의 시작

 

2004년 3월 캘리포니아 남동부 모하비사막에 수십대의 자동차가 늘어섰습니다. 240km를 질주하는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차량 2대는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철수해야했고, 1대는 출발과 동시에 거꾸로 뒤집혔습니다.

 

희한하게 생긴 자동차도 많았습니다. 게임에서나 볼 법한 버기카, 방금 화성에서 돌아온 듯한 큐리오시티를 닮은 탐사차도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차량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오프로드용 오토바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토바이는 상단에 AMD 서버를 장착하고, 내부에는 자이로스코프를 장착해 운전자 도움 없이도 오토바이가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 오토바이는 관객의 관심을 끌었지만 출발하자마자 좌우로 요동치면서 넘어지더니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오토바이의 균형 장치를 켜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습니다.

 

출발선을 나온 차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선두로 달리던 차량은 1986년산 험비를 개조한 차였는데, 지붕을 잘라내 컴퓨터를 얹었고 시트를 들어내 개조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차는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 제방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빠져나오지 못한 채 타이어가 모두 타버릴때까지 헛돌았죠.

 

선두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주행거리 240km중 고작 11.78km밖에 달리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결국은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쓰는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죠

 

이 대회에서 완주한 차량은 1대도 없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놀랍게도 이 대회에 참여한 모든 차에는 운전자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차들이었습니다.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기자들이 우승팀을 취재하려고 황량한 사막까지 찾아와 코스 결승점인 네바다 프림에 잔뜩 모여 대기하고 있었지만, 우승은 커녕 결승점을 지난 차량을 단 1대도 볼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은 사막에서 멍하니 대기한 채 선두로 달리던 차가 고작 11km 정도를 달리다 불이 났다는 얘기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다음 날 언론에는 "사막에서 대실패를 겪은 다르파"따위의 기사들만 잔뜩 올라왔습니다.

 

"견인차 운전자에게만 좋았던 하루"라고 지적한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다르파(DARPA)는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의 약칭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방부 산하 정부기관입니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이런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으니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죠

 

다르파는 이른바 '미친 과학국'이라는 별명을 지닌 기관입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깜짝 놀란 미국이 이에 대응하여 창설한 군사적 목적의 연구기관입니다.

 

혁신적인 연구를 후원하는 정부기관으로도 유명한데 1969년 인터넷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아파넷을 개발해 유명해졌습니다.

 

아파넷이라는 이름은 다르파의 예전 이름인 아르파와 네트워크를 일컫는 넷의 합성어입니다.

 

이것이 나중에 상호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 즉 너무나 친숙한 인터넷이 되었죠

 

이처럼 다르파는 매년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며 상금을 내거는 경쟁 방식의 대회를 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2004년에 개최한 첫 자율주행대회에도 상금 100만 달러가 걸려 있었습니다. 다르파가 이처럼 상금을 내건 이유는..

 

군사적 목적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함이었죠. 미군은 보금품을 싣고 위험한 군사 지역을 통과할 때 자율주행차를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차량이 공격을 받거나 폭발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미국 의회는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를 승인하면서 2015년까지 지상 군용 차량의 3분의 1을 무인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2022년인 지금까지도 실전에 투입된 지상 군용 자율주행 차량은 단 1대도 없으니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이었죠

 

어쨌든 대회 장소 또한 당시 이라크 전쟁중이던 중동 지역의 전투 현장과 비슷한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첫 대회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최악의 결과를 낳았고 우승자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상금을 받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한 다르파의 책임자 앤서니 테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다시 도전할 것이며, 이번에는 2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겠다"며 2배의 상금을 걸어 이듬해 다시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2. 자율주행차 스탠리, 우승을 거머쥐다

 

2005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의 막이 다시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대회보다 훨씬 많은 팀이 참여했고, 우승팀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커졌죠

 

이 중 돋보이는 두 팀이 있었으니 지난 대회에서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면서 가장 오래 주행했던 카네기멜론대학교의 레드팀과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퍼드 레이싱팀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두 대학의 경쟁구도가 형성됐습니다.  게다가 스탠퍼드대학교 소속으로 참여한 세바스찬 스런은 이전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교수이기도 했고, 카네기멜론대학교 소속의 책임자 레드 휘태커와는 동료 사이여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다행히도 첫번째 대회와 같은 끔찍한 악몽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릴레이가 이어졌고 경쟁 끝에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리가 6시간 54분만에 승리를 거머줬습니다.

 

스탠리

 

이외에도 23대의 결승 진출 차량 중 단 1대를 제외하고는 지난 대회의 최고 기록이었던 11km를 더 달렸고, 놀랍게도 212km에 달하는 풀코스를 완주한 차량도 5대나 됐습니다.

 

두 번째 대회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스탠리가 대회에서 우승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대회에서 참가한 팀들은 장애물이나 지형 같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GPS에 따라 정해진 경로를 주행하는 데에만 집중했죠. 하지만 스탠퍼드 레이싱팀은 지도나 경로 탐색보다는 지형을 인식하는 기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지형지물이 복잡하지 않은 사막에서의 주행이지만 자동차의 주행을 방해하는 여러 장애물을 회피하는 기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스탠퍼드 레이싱팀의 구성원은 대부분 로봇 공학자로 하드웨어 전문가들이었지만,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우승을 결정할 것임을 직감했고,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기 위해 그 이전까지 대부분의 자율주행차량이 채택했던 규칙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에서부터 규칙을 찾아나가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주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기본 아이디어는 사람이 스탠리를 직접 운전한다면, 안전한 지형으로만 주행할 것이므로 스탠리가 주행하지 않은 지형은 안전하지 않은 지형으로 가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스탠리를 직접 운전하고 라이다로 자동차 주변을 측정했습니다.(레이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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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라이더는 초당 수백만개에 달하는 레이저빔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레이저 광선이 센서에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한다. 센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m 이내의 물체와 사람들을 인지할 수 있다.

 

 

 

'라이더'는 어떻게 자율주행차의 총아가 됐을까 - 로봇신문사 (irobotnews.com)

 

'라이더'는 어떻게 자율주행차의 총아가 됐을까 - 로봇신문사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장비다. 자동차 주변 환경을 3D로 인식해 매핑...

www.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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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가 장애물을 발견하면 그 위치를 장애물로 설정하고 그 안쪽은 운전 가능 구역으로 설정해 주행 가능한 곳으로 가정했고, 바깥쪽은 미확인 구역으로 설정해 주행할 수 없는 곳으로 가정했습니다.

 

이렇게 운전 가능 구역에서 주행한 기록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엄청나게 많은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여 머신러닝으로 학습했습니다.

 

기존에는 수많은 규칙을 일일이 입력해야했지만, 이제는 인간이 먼저 운전 가능 구역에서 운전 시범을 보이면 기계가 이를 배우게 한 셈이었죠

 

라이다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스탠퍼드 레이싱팀의 방식은 지형탐지 알고리즘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그 전에는 스탠리가 안전하지 않은 지형을 안전한 지형으로 착각할 확률이 12.6%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나자 0.002%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첫번째 대회처럼 장애물을 안전한 지형으로 착각해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거의 사라졌죠

 

심지어 자신의 그림자를 장애물로 인지해 놀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나는 차량도 있었는데, 머신러닝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했습니다.

 

스탠퍼드 레이싱팀의 책임자 스런은 대회가 끝난 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차량이 스마트하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두세가지 규칙이 아니라 수만가지 규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도로에 새가 앉아 있다가 차량이 다가가자 갑자기 날아오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눈에는 새가 돌멩이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돌멩이와 새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자동차를 스마트하게 만들어야 했죠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머신러닝과 빅데이터였습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규칙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계를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저는 운전을 했고, 자율주행차는 저를 지켜보며 관련 행동을 모방했습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도 이 대회에  주목했습니다. 대회에 참관하러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현장을 찾았고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봤죠 

 

당시 스탠퍼드 레이싱 팀을 이끌던 스런은 페이지와 나란히 자율주행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후 스런은 2007년 구글에 합류하죠

 

처음에는 구글 스트리트 뷰를 만들었습니다.  스트리트 뷰는 단순한 지도 서비스를 넘어 자율주행 서비스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스런은 선뜻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하진 못합니다. 얼마나 어려운 프로젝트인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2년간 스트리트 뷰로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토대를 마련한 스런은 마침내 2009년 본격적으로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페이지도 깊이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얼마나 어려운 프로젝트인지 잘 아는 스런이 감히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과감하게 시작해보자고 부추긴 사람이 바로 페이지였습니다.

 

결국 페이지의 비전에 공감한 스런은 10여 명의 엔지니어로 자율주행 팀을 꾸렸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 자율주행 원년 멤버들이었죠

 

이때부터 구글은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을 연구합니다. 기업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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