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12 -베이즈 정리, 자율주행의 기본-

1. 움직이는 컴퓨터가 되어버린 자동차

 

자율주행차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운전에만 집중하죠. 2020년 1월 공공도로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는 약 3200만 km 이상을 달렸습니다. 지구둘레를 800바퀴 돈 거리죠. 

 

2019년부터 21개월 동안 공공도로에서 6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테스트 운행을 했지만 접촉사고는 18건밖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고는 대부분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실수였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사고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닌 개발 중인 시험차의 결과가 이 정도입니다.

 

구글 웨이모

 

그렇다면 자율주행차는 어떤 방식으로 운전대를 조작할까요?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율주행차 논문을 고려대 연구실에서 발표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주로 하드웨어 제어에 집중했죠. 당시에는 자동차를 정교한 기계가 맞물린 기계공학의 진수로만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의 가속 방식은 가속 페달을 직접 물리적인 힘으로 누르는 것이었죠. 당시의 논문을 보면 핸들을 조작하고, 진공 시스템으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같은 제동 시스템을 제어하는 데에 자율주행 기술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조작하려면 사람이든 로봇이든 누군가는 페달에 힘을 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던거죠.

 

이는 2004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가팀은 모두 로봇 공학자들이었고 하드웨어를 조작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실패했죠. 이듬해 2005년 대회 때 하드웨어 제어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서야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최근의 자동차는 오히려 전자공학에 더 가깝습니다.

 

이른바 움직이는 컴퓨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의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의 힘에 의지해 움직이게 됐습니다.

 

 

2. 세상에 절대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스탠리 제작자들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을 핵심기술로 활용해 대회에 우승할 수 있었죠.

 

이제 더 이상 네모난 물체는 바위이고, 움직이는 물체는 새라는 식으로 일일이 규칙을 입력하지 않습니다.

 

스런이 "자동차가 스마트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세가지 법칙이 아니라 수만가지 법칙이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그렇게 많은 규칙을 일일이 입력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자율주행차는 베이즈 정리라는 유명한 공식을 기반으로 운행을 해나갑니다.

 

베이즈 정리는 18세기 영국의 목사 토머스 베이즈가 증명한 확률에 관한 공식을 말합니다. 생전에 그는 수학 관련 책을 출간하지 않았고, 그의 공식 또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이렇게 잊혀가던 공식은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마르키스 드 라플라스가 그의 업적을 정리해 베이즈 정리로 발표하면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참고로 라플라스는 나폴레옹의 수학 스승이기도 합니다. 라플라스에게 가르침을 받은 나폴레옹은 앞서 본 것처럼 메케니컬 터크와 같은 기계에 관심을 보였죠.

 

$$P(A|B) = \frac{P(B|A)P(A)}{P(B)}$$

 

베이즈 정리는 위의 식과 같습니다. 사전확률 P(A)와 사후확률 P(A|B)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순한 수학적 정리에 불과해 보입니다.

 

하지만 베이즈 정리는 수학 정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매우 간단한 형식에 불과하지만, 철학적으로 본다면 놀라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베이즈 정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듭니다. 확률이라는 것은 믿음에 불과할 뿐이며, 세상에는 절대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의심해야한다고 얘기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학에는 공리라는 게 있습니다.

 

공리란 자명한 진리를 말하며, 절대적인 것이므로 증명할 필요가 없고 의심해서는 안 되는 원칙을 일컫습니다.

 

기원전 300년경 탄생한 유클리드 기하학이 대표적입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5가지 공리는 지난 2000여년간 절대적인 원칙이었죠.

 

1. 두 점이 주어졌을 때, 이 두 점을 지나는 유일한 직선이 존재한다

 

2. 한 선분이 주어졌을 때 이 선분을 직선으로 연장할 수 있다.

 

3. 한 점과 거리가 주어지면, 그 점을 중심으로 하고 그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유일한 원이 존재한다.

 

4. 임의의 두 직각은 서로 합동이다.

 

5.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 존재한다.

 

 

 

그런데, 5번째 공리인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 존재한다"에 의심을 갖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지난 2000여년간 절대적 진리이자 마치 성서와도 같았던 유클리드 기하학의 권위에 감히 도전자가 나타난 거죠.

 

이들은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모순을 발견해 증명해 보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탄생합니다.

 

후대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를 이용해 우주는 평평하지 않고 중력에 의해 휘어져있음을 증명하고,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를 마련하죠.

 

이처럼 수천년간 이어져온 자명한 진리인 공리도 후대에 얼마든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세상엔 절대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온 자명한 진리도 보다시피 얼마든지 부정당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정답은 뒤죽박죽 섞여있습니다.

 

 

3.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베이즈 정리

 

그래서 이전 확률에 따라 또 그 이후에 실험 결과에 따라 어떠한 원칙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베이즈 정리의 핵심입니다.

 

베이즈를 따르는 베이즈주의자들은 결국 실험 결과에 따라 어떠한 절대 원칙도 깨질 수 있다는 열린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널드 피셔는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보는 이런 베이즈 정리를 매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베이즈 정리는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거죠. 

 

피셔를 중심으로 하는 통계 추종자들을 빈도주의자(Frequentist)라고 하는데, 이들은 베이즈주의자가 과학의 객관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빈도주의자들이 이해하는 확률은 출현 빈도수입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600번 굴려 4가 100번 나왔다면 확률은 정확히 $\frac{1}{6}$이죠. 우리가 잘 알고있는 고전적인 통계 방식이며, 학창 시절에 우리가 배운 통계도 바로 이 빈도주의에 따른 겁니다.

 

그러나 베이즈주의자는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본다고 했죠.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정말 이상해보입니다.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할 수학에서 믿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나요? 이들이 확률을 다루는 방식은 어떨까요?

 

앞서 주사위의 예를 다시 들어보죠. 이들에게 주사위의 눈금은 곧 믿음입니다. 4가 나올 확률은  $\frac{1}{6}$이라고 믿고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4가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600번 굴리니 105번, 110번씩 나오는거죠.

 

베이즈주의자는 이런 경우에 믿음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합니다.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전 확률은 $\frac{1}{6}$이라고 정했지만, 어느날부터 더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후 믿음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frac{1}{5.7}$이 되었다가 또 $\frac{1}{5.4}$이 되었다가 이런 식으로 점점 바뀌게 되는 거죠.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올 확률이 $\frac{1}{5.4}$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 세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있는 확률입니다.

 

주사위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주사위의 한쪽 면이 닳거나, 모서리가 뭉개지면서 말이죠.

 

아직도 베이즈 정리가 와닿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 결정의 원리를 떠올려봅시다. 

 

시장에서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가격은 점차 조정되거나 마침내 균형에 이르게 되죠. 확률을 믿음으로 보는 베이즈 정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다가 균형에 이른다는 점에서 말이죠.

 

실제로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와 베이즈 정리의 토머스 베이즈는 동시대 사람이며,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교육받았고,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결국 이 둘은 대중이 지닌 지혜의 장점을 취하는 합의 추구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중의 지혜가 얼마나 지혜로운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4. 자율주행의 기본 바탕인 베이즈 정리

 

베이즈 정리는 확률을 믿음으로 바라보고 업데이트해나갑니다. 그렇다면 베이즈 정리가 자율주행차와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자율주행차는 항상 불안해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신호들뿐이죠.

 

자율주행차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합리적으로 판단해 안전한 경로로 주행해야합니다. 

 

이 때 자율주행차의 상황 판단은 수학 문제와 같이 단 하나의 규칙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주행 중 도로를 살펴보며 가야 할 구간과, 가지 말아야 할 구간을 끊임없이 판단해야합니다.

 

안전한 구간이라면, 안전하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위험 요소를 발견할 경우 위험하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식이죠.

 

여기에 바로 믿음을 업데이트하는 베이즈 정리를 활용합니다.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신호가 들어올때마다 기존의 믿음을 새로운 믿음으로 끊임없이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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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하면서 B-3구역이 위험하다는 확률이 높은 사전 확률을 가지고 운행을 하고 있는데,

 

레이더로 탐색하다보니 C-4에 새로운 장애물이 발견되어 C-4도 위험하다는 증거를 발견하였고,

 

베이즈 정리에 의해 "B-3구역이 위험하다는 확률이 높은 사전 확률"에서 >> "B-3~C-4구역이 위험할 확률이 높다는 사후확률"로 갱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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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좀 더 쉽게 풀어보도록 하죠.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은 구간이었는데, 라이다로 감지해보니 다소 위험해 보입니다. 이제 그 곳을 다소 위험한 구간으로 인식합니다.

 

이번에는 레이더로 확인해보니 장애물을 감지해 좀 더 위험한 구간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자동차는 절대 그 구간으로 향하지 않습니다.

 

위험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죠.

 

자칫 특정 센서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낼지라도 이미 상당히 위험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할 확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안전하다는 신호가 계속해서 유입된다면 다시 위험 확률은 조금씩 낮아집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는 여러 가지 신호를 받아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운전해나갑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여러 센서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만약 GPS만 이용해서 도로를 주행한다고 가정한다면, 터널에 들어가거나 지하도를 통과할 때는 GPS가 작동하지 않아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죠.

 

따라서 자율주행차는 각 센서의 약점을 보완해줄 다양한 센서를 병행해서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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