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확률이 0인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1. 피아노 연주자의 조율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바이올리니스트가 한 음을 내면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모두 같은 음을 낸다.

 

악기마다 조율된 음높이가 같은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음을 콘서트 음높이 또는 표준 조율음이라고 한다.

 

계이름으로 '라'에 해당하는 음높이이다. 

 

국제표준화기구는 표준 조율음 '라'의 진동수를 440Hz로 정하고 있다. 1초에 440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음의 높이를 나타내는 이름이다.

 

음의 높이는 소리의 진동과 연관되는데 진동이 빠르면 높은 음이고, 느리면 낮은 음인 식이다.

 

그렇다면 높은 '도'의 음높이는 어떨까?

 

음계가 하나 올라갈 때 그 전 음의 진동수에 $2^{1/12} = 1.059463....$만큼 곱한 진동수를 가진다고 한다.

 

피아노 건반의 라에서 높은 도까지 가려면 검은 건반을 포함해 세 칸을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그러므로 높은 도의 진동수는... 440Hz에 $2^{1/12}$를 3번 곱한 값을 가진다.

 

약 523.2511...Hz

 

그렇다면 피아노 조율사는 어떻게 피아노 줄을 손으로 당겨 정확히 440Hz의 진동을 맞추는가?

 

높은 도의 음정을 맞추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을까?

 

손 감각만으로 정확히 음높이가 523.2511...Hz에 가깝게 조율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아무리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높은 도의 진동수는 523.2511Hz가 아니라 523.251130601....의 끝없는 무리수에 맞춰야한다.

 

그래서 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그대로 음높이를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연속확률분포

 

민감한 귀를 가진 조율사가 피아노 건반 라의 음정이 표준 조율음과 1Hz 이상 차이나지 않게 조율할 수 있다고 하자.

 

그가 조율한 라의 음높이는 439Hz에서 441Hz 사이의 어떤 진동수를 갖는다.

 

음높이가 정확히 440Hz일 확률은 얼마인가?

 

확률을 계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440Hz가 기준이므로 439Hz는 오차-1로, 441Hz는 오차+1로 오차-1과 오차+1사이에는 몇개의 가능성이 있는가?

 

만약 0.1단위로 생각한다면 20개의 가능한 음높이가 있다.

 

각각 1/20의 확률을 갖는다.

 

그런데 0.01단위로 생각한다면 200개의 가능한 음높이가 있다. 각각 1/200의 확률을 갖는다.

 

숫자를 더 잘게 나누어, 0.00001단위로 생각한다면 20만개의 가능한 음높이가 있다.

 

이렇게나 많은 가능성을 고려한다 해도 피아노 조율사가 조율할 음높이를 모두 포함할 수 없다.

 

오차-1과 오차+1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수가 각각 어느 확률값 p를 가진다고 해보자.

 

예를 들면 오차가 0일 확률이 p, 오차가 0.1일 확률이 p, 오차가 0.01, 0.001, 0.0001일 확률이 각각 p와 같은 식이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를 p에 대입해도 좋다.

 

이 확률을 모두 더하면 가능한 값이 무한히 많으므로 확률의 합은 무한대가 된다.

 

확률 p를 아무리 작게 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확률은 여전히 무한대이다.

 

그러나 확률의 합은 100%를 넘을 수 없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각 숫자의 확률은 0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0%의 확률값은 아무리 모아도 100%가 될 수 없다.

 

이 곤란한 문제는 음높이처럼 연속적인 숫자의 분포를 고려할 때면 언제나 발생한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정확히 5분일 확률은 0%이다.

 

5분 1초일 확률 역시 0%이다.

 

하지만 1시간 이내로 버스가 올 확률이 0%일 수는 없다.

 

이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수의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 어떤 한 값의 확률 대신에 범위의 확률을 이용한다.

 

피아노 조율사가 조율한 음높이가 정확히 440Hz여서 오차가 0일 확률은 0이지만, 오차가 -0.1에서 +0.1사이의 한 값일 확률은 10%이다.

 

연속적인 수중 하나의 확률은 항상 0이다.

 

 

3. 확률밀도 - 확률이 0%인 사건이 일어나는 비밀

 

그래서 이 값의 '가능성'은 확률이 아닌 확률밀도라는 오묘한 값으로 표시한다.

 

확률밀도는 100%가 넘을 수도 있는 값으로 확률과는 다르다.

 

연속적인 수의 분포를 나타내는 '정규분포'는 그래서 확률이 아닌 확률밀도를 이용한다.

 

두 확률의 더하기를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확률밀도는 어느 범위에서 적분하여 그 범위의 확률을 구한다.

 

이제 앞에서 한 말을 정정하겠다.

 

0%의 확률도 확률밀도를 이용해 모으면 100%가 될 수 있다.

 

0%의 확률을 가진 사건은 불가능한 사건인가?

 

피아노 조율사가 조율한 음높이가 정확히 어떤 값일 확률은 0%이다.

 

어떤 값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피아노 조율사가 조율을 마치고 나면 그 음높이는 확률 0%의 수 중 하나이다. 

 

따라서 0%의 확률의 사건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그 값을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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