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도박사의 판돈 나누기

1. 갑자기 도박이 중단되었을 때

 

17세기 프랑스의 한량이었던 앙투안 공보는 한창 도박을 즐기던 도중에 오늘날 '판돈 나누기'라고 불리는 문제에 직면했다.

 

앙투안 공보의 문제를 현대적으로 각색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매년 한국시리즈라는 7전 4선승제의 결승전을 치른다.

 

만약 올해의 한국시리즈에는 LG 트윈스와 KT wiz가 진출해 1차전은 kt가 승리, 2차전은 LG가 승리

 

3차전, 4차전을 KT가 다시 승리했다고 하자.

 

이 때,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한국시리즈는 중단되고 남은 경기는 취소가 결정되었다.

 

KT는 우승까지 단 1경기 남았고 현재까지 이기고 있으니 상금 10억원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LG는 우리가 우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니 공평하게 5억원씩 나눠야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승 상금 10억원을 어떻게 나누어 가져야 할까?

 

 

2. 파스칼과 페르마의 해법

 

이 문제의 해답을 찾던 공보는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였던 블레이즈 파스칼에게 편지를 보내 답을 구했다.

 

파스칼은 이 문제를 피에르 페르마와 함께 고민했고, 이들의 해답은 놀이의 일종이었던 확률을 수학의 한 갈래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한국시리즈 5~7차전이 만약 진행되었고 KT가 1경기라도 이긴다면 최종 승자가 된다.

 

반대로 LG가 승리하려면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겨야한다.

 

파스칼과 페르마의 해답은 각각의 경우를 모두 따져보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KT가 최종 승리할 확률과 LG가 최종 승리할 확률을 구한 뒤, 우승 상금을 그 확률대로 나누어 가지는 방법이다.

 

이 확률 계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첫째, 각 경기의 결과는 다음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시 앙투안 공보의 도박은 동전 던지기와 같은 공평한 게임(확률이 반반)이었다.

 

LG가 5차전을 이길 확률은 1/2이고 만약 6차전을 치른다면 그 경기에서 LG가 이길 확률은 역시 1/2이다.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사건, LG가 5,6,7차전 각각 이기는 사건들이 모두 발생할 확률은 각 확률을 곱하여 구할 수 있다.

 

서로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건을 '독립'인 사건이라고 부르며,

 

독립인 사건들이 모두 일어날 확률은 각각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곱한 것과 같다.

 

이것을 확률의 곱셈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LG가 최종 승자가 될 확률은 1/2 * 1/2 * 1/2로 1/8이다.

 

5 ~ 7차전 경우의 수를 따져본 위 그림의 가장 아래쪽 갈래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두번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최종 승자는 두 구단 중 하나이므로 LG가 승리하지 않는다면 KT가 승리한다는 원칙이다.

 

즉 KT가 승리할 확률은 LG가 승리하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확률 1 - 1/8 = 7/8이다.

 

파스칼과 페르마의 해답을 한국시리즈 우승 상금 나누기에 적용하면 10억원의 7/8 = 8.75억은 KT가 가져가고

 

나머지 1.25억은 LG가 가져가면 공평하다.

 

 

3. 각 경기에 이길 확률은 동일하지 않다

 

여기서 이미 3대 1의 우수한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KT 입장에서 각 경기의 승산이 절반이라는 가정이 불편할 것이다.

 

확률 계산의 기본이 되는 승산을 주어진 데이터를 이용해 업데이트한다면, KT의 승리 확률은 3/4이고

 

LG의 승리 확률은 1/4이다. 한국시리즈 4번 중 KT가 이미 3번 이겼기 때문이다.

 

이 값을 이용해 LG가 최종 승리할 확률은 1/4 * 1/4 * 1/4 = 1/64이고 KT는 1 - 1/64 = 63/64이므로 

 

한국시리즈 우승 상금의 대부분인 10 * 63/64 = 9.84억을 KT가 가져가는 것이 더 공평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각 경기의 승리 확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판돈 나누기 문제의 해법이 달라진다.

 

동전 던지기처럼 승리 확률이 1/2로 정해지는 경우는 실제로 드물다고 볼 수 있어

 

두 번째 경우처럼 관측된 데이터에 기반해 확률을 추정하는 방법이 더 현대적인 접근이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