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 25 -내 손안에 비서가 있는 시대-

1. 인공지능 비서의 탄생

 

"헤이 카카오, 오늘 비 와?"

 

"네, 오늘 역삼동 날씨는 흐리고 오후에 비가 오겠어요. 나가실 때 꼭 우산을 챙겨 가세요."

 

이제는 스마트 스피커와 대화하는 게 낯설지 않죠. 2011년 애플은 음성 비서 시리를, 2014년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출시했습니다.

 

 

에코의 음성 비서 알렉사는 이제 7만개가 넘는 기능을 갖춘 엄청난 플랫폼이 됐습니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타나를 출시했고

 

2016년에는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2016년 skt는 음성인식 서비스이자 스피커 NUGU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습니다.

 

 

 

 

뒤이어 네이버가 2017년에 클로바를 출시했고, 카카오도 이에 뒤질세라 2017년 여름 카카오 미니를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6개월만에 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

 

당시 카카오는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음성인식 스피커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확보했고, 이를 이용해 단기간 내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고품질의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었고, 한글 문장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 엔진도 있었습니다.

 

2013년에는 현재 11번가의 대표인 이상호박사가 운영하던 음성인식 회사 다이알로이드를 인수해 국내 최고수준의 음성인식 기술도 확보했죠

 

이렇게 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했기 때문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저 또한 카카오에 근무하면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오랫동안 보유했던 우수한 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개발하는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스마트 스피커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닙니다.

 

스마트 스피커 뒤에 숨어 있는 핵심 콘셉트와 기술(에이전트 기반의 아키텍처, 자연어 이해, 온톨로지 등)은 수십년동안 연구소의 연구 주제 중 하나였고, 마침내 기술이 무르익어 카카오처럼 하나의 제품으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죠

 

물론 여기에는 첫 발을 내디딘 시리(Siri)의 업적이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 시리 이전에는 음성인식 비서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하지도 않았죠. 

 

시리의 업적은 음성인식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것입니다. 

 

2012년 이상호 박사는 인터뷰에서 "애플 시리를 보면서 5년 안에 모든 검색 방법을 음성이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다이알로이드를 창업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만큼 음성인식이라는 영역을 처음으로 개척한 시리의 영향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단했죠

 

 

2. 애플 시리, 음성인식 비서의 시대를 열다

 

이처럼 2011년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성인식 비서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음성인식 제품이 있었지만, 사실상 시장에 끼친 효과는 미미했죠

 

원래 시리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시작된 민간 연구소 SRI 인터내셔널의 연구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다 가능성을 본 일부 연구원이 독립해 스타트업을 세우죠

 

시리는 당시 그 스타트업의 이름이자 제품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없었습니다. 텍스트로 메시지를 입력하면 텍스트로 응답하는 제품이었죠

 

2009년즈음 시리는 이미 완성 단계에 있었습니다. 당시 시리는 음성인식 서비스가 아니라 텍스트를 입력하면 응답해주는 챗봇에 가까웠습니다.

 

이사회는 이 정도 서비스로는 시장에서 반응을 얻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출시를 1년 연기하고 향후 회사의 운명을 바꿔줄 결정적인 기능의 도입을 추진합니다.

 

바로 음성인식 기능입니다. 그렇게 개발한 시리가 당시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2009년 가을, 당시 시리의 이사회 멤버이자 베타 테스터였던 노먼 위너스키는 비행기에 앉아 이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인터폰으로 들려왔습니다. 

 

위너스키 옆에 있던 승객이 그에게 묻습니다. "얼마나 지연될 것 같아요?"

 

위너스키는 모르겠다고 대답하죠. 그러고는 "한번 확인해보죠"라며 휴대폰을 꺼내 아직 공개되지 않았던 시리를 켜고 말했습니다.

 

"시리, 유나이티드 98편이 몇시에 도착할 예정이지?"

 

아직 소리내어 읽는 기능조차 없었던 시리는 말풍선을 띄워 대신 대답합니다.

 

"비행기는 1시간 30분 늦게 도착할 예정입니다"

 

옆에 있던 승객은 깜짝 놀라 이렇게 말합니다.

 

"왜 이코노미석에 앉아있는거에요? 곧 일등석에 앉게 될 백만장자 같은데?"

 

시리는 2010년에 아이폰 앱으로 출시됩니다. 출시를 1년 가까이나 연기하면서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이사회의 판단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시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끕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리는 애플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스타트업이 만든 앱에 불과했습니다.

 

이때 스티브잡스가 시리에 주목합니다. 앱이 출시되고 2주 남짓 지났을때,  잡스는 시리의 공동 창업자 대그 키틀러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스티브 잡스입니다"

 

장난전화라고 생각한 키틀러스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는데, 곧 이어 두번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정말, 스티브 잡스입니다."

 

잡스는 시리의 공동 창업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잡스의 거실에 모인 시리의 창업자들은 3시간이 넘도록 음성 인터페이스, 대화형 인공지능, 궁극적으로 왜 애플이 승리할 것인가에 관해 얘기를 나누죠

 

마침내 잡스는, "회사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라고 제안합니다.

 

시리는 앱을 출시한 지 불과 두달 여만에 애플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 버전을 출시하려던 계획은 당연히 취소되었고, 이제 시리를 아이폰과 통합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죠

 

잡스는 인수 이후에도 매주 진행하는 시리의 주간회의에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품을 공개하기 몇달 전에는 구내 식당에서 시리 개발팀과 잡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다른 사람들의 인사에는 형식적으로 응하던 잡스가 시리팀을 보더니 멈춰서서 아주 반갑게 인사했죠

 

"시리 친구들! 잘 돼가나요?"

 

인수된 지 1년이 지난 2011년 10월 4일, 마침내 시리는 애플 아이폰 4S에 정식으로 탑재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애플은 시리를 아이폰의 핵심 기능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날 발표 내용의 대부분을 시리의 풍부한 기능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죠

 

그런데 이때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잡스가 바로 다음 날인 10월 5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거죠..???? 진짜???

 

시리팀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잡스는 사망하기 직전에도 아이폰 4S와 시리의 출시를 방송으로 지켜봤다고 알려졌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시리는 엇갈린 평가를 받습니다. 

 

"사람들은 일정 관리 기능이나 풍부한 답변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다양한 자연어 대응이 부족하고 제한적인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진정한 비서라고 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잡스의 사망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리의 인수를 직접 추진했고 적극적인 후원자이기도 했던 잡스의 갑작스런 죽음은 시리팀을 큰 혼란에 빠뜨리죠

 

게다가 시리 품질에 대한 연이은 비판, 애플의 폐쇠적인 운영정책, 무엇보다 시리팀과 애플 경영진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시리팀 초창기 멤버 대부분이 애플을 떠납니다.

 

앞서 잡스의 전화를 받았던 키틀러스도 시리가 출시되고 겨우 3주 후에 회사를 떠나죠.

 

뒤이어 시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핵심 개발자 애덤 체이어도 자리를 비웁니다.

 

이들은 애플을 떠난 후 2012년 비브랩스를 설립해 인공지능 개인 비서를 만듭니다.

 

이 회사는 우리와도 꽤 관련이 깊습니다. 여기를 2016년 삼성전자가 인수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빅스비가 탄생했습니다. 애플의 시리와 삼성전자의 빅스비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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