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17 -자율주행의 딜레마-

1.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하는가

 

자율주행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이 구현되었다고 해도, 윤리적인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MIT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도덕 기계(Moral Machine)로 명명하고, 온라인으로 공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했는데, 비교 대상의 수가 다른 경우, 대상이 동물인 경우, 연령이나 성별이 다른 경우 등이었죠.

 

이 문제는 광차 문제(trolley problem)의 자율주행차 버전이었습니다.

 

광차 문제는 1960년대 유명한 윤리 사고 실험이죠.

 

 

제동장치가 고장 나 정지할 수 없는 광차(Trolley)가 선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선로에는 5명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당신은 선로를 변경하는 레버 옆에 서 있고, 선로를 변경하면 5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로에도 1명이 서 있어서 변경하면 그 사람이 치여 죽고 맙니다. 당신은 레버를 당겨야할까요?

 

언뜻 쉬워보여도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공리주의에 따라 1명을 희생해 5명을 구하면, 그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과연 내가 5명을 살리겠다고 무고한 1명을 희생하는 결정을 직접 내려도 되는 것일까요?

 

자율주행차 버전의 광차 문제인 도덕 기계도 이와 비슷한 여러 가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자율자동차 윤리’ 문제, 2백만명의 답은? – Sciencetimes

 

‘자율자동차 윤리’ 문제, 2백만명의 답은? – Sciencetimes

 

www.sciencetimes.co.kr

 

1. 5명의 보행자를 치는 경우와 5명의 탑승자를 희생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2. 만약 그 5명이 전부 여자이거나 또는 임산부, 어린이라면요?

 

3. 탑승자가 1명이라면 5명의 보행자를 구하기 위해 1명의 탑승자를 희생해야할까요?

 

이처럼 난해한 경우를 두고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광차 문제에서 논란은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하는 결정을 과연 내가 내려도 되느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가 이런 상황을 직접 판단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2018년 10월 MIT는 도덕 기계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합니다. 총 233개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한 4000만개의 설문조사 결과를 꼼꼼히 분석하고 정리했죠

 

도덕 기계의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딜레마에 관한 별도 연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의 76%는 10명의 보행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1명의 탑승자를 희생할 수 있다고 답변합니다.

 

그 편이 훨씬 더 도덕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자신 또는 가족이 그 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그래도 다수를 살리도록 하는 그 차를 구매할 것이냐?라고 질문을 받았을때는...

 

불과 19%만이 구매하겠다고 대답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는 다수를 살려야한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차를 구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때문에 기술적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나온다 할지라도 자율주행차의 보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다수를 위해 운전자를 희생시키는 차가 있다면, 이 차를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선뜻 사 줄수 있을까요?

 

 

2. 진정한 의미의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이처럼 자율주행차는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완벽한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어렵지만, 기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도 많이 산재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자율주행차에 투자합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만 3년 동안 자율주행차 기술에 투자한 금액이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죠.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자율주행차에 쏟고있을까요?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도로 환경만 바꾸는 것을 넘어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당장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개인이 자동차를 더 이상 소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언제든 앱으로 호출하면 집 앞까지 자율주행차가 달려와 대기하는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중교통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버스와 지하철 중심의 교통체계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골목마다 들어선 마을버스라는 개념도 재정의할 필요가 있겠죠.

 

운전사라는 직업도 대부분 사라질 겁니다. 지금의 버스, 택시, 트럭 운전에 연관된 직업은 대부분 사라지고 꼭 필요한 인력만 남게 될 겁니다.

 

우버가 대표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도 대부분 자율주행차로 대체될 거에요.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도 예외는 아닐겁니다. 승객이 앱에서 현재 위치로 호출하면 자율주행차가 정확하게 그 위치에 와서 대기하는 모습으로 변할 겁니다.

 

호텔 산업도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더 이상 중간 지점에서 숙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마치 야간열차 침대칸을 이용할 때처럼 이동 중에도 자율주행차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알아서 운전하니까?)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서 크게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미국처럼 큰 나라는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거에요.

 

부동산 업계도 요동칠 겁니다. 자율주행차가 이동의 제약을 줄이면 대중교통이 편리한 입지의 의미가 많이 약화됩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기준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겠죠.

 

처음 자율주행차량대회를 개최한 목적이었던 군사 분야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폭탄이 설치된 위험 지역을 가로질러 보급품을 운반하는 역할을 자율주행차가 훌륭히 해내겠죠.

 

이외에도 자율주행차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류 보험 의료 정비 항공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가 자율주행차의 등장에 영향을 받습니다.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에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메르세데스 벤츠로 명맥을 잇는 칼 벤츠가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단기통 954cc엔진으로 시속 16km 정도로 주행할 수 있었죠.

 

 

그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년 동안 인간의 발 역할을 하던 마차를 완전히 몰아내고 이동수단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가 이동수단의 역사를 또 한번 바꿀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죠

 

자동차를 미국에서는 automobile이라고 부릅니다. automobile은 그리스어 autos(스스로)와 라틴어 mobilis(움직이는)에서 왔습니다.

 

즉 "스스로 움직이는"이라는 뜻이죠.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사람이"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Automobile의 시대가 우리 곁에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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